칼럼[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강남 빌딩주가 도쿄로 간 5가지 이유

한국경제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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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산가에게 '강남 꼬마빌딩'은 부의 상징이자 은퇴 설계의 종착역이었습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대출 이자가 임대 수익을 잠식하는 '부(-)의 레버리지' 현상이 심화한 지금, 서울 빌딩 시장의 현실은 냉혹합니다. 강남 핵심 권역의 캡레이트(임대 수익률)가 연 2.0~2.3%까지 떨어진 반면 시중은행 담보대출 금리는 연 4~5%대에 달해, 레버리지를 활용할수록 전체 수익률이 깎이는 역설적 구조 속에 많은 투자자가 갇혀 있습니다. 로망을 실현한 대가로 매달 막대한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된 자산가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현해탄 너머 도쿄로 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리적 거리 때문이 아닙니다. 글로벌 거대 자본이 도쿄 중소형 오피스 시장을 '가장 매력적인 안전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데는 서울과 확연히 대비되는 다섯 가지 구조적 반전이 자리합니다. 그 첫 번째이자 가장 강력한 반전은 '빌릴수록 버는'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서울에서 빌딩을 매입하면 레버리지를 활용할수록 손해지만, 도쿄에서는 대출받을수록 실제 내 손에 들어오는 현금이 늘어납니다. 일본중앙은행(BOJ)의 점진적 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소폭 오르고 있지만, 일본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금리는 여전히 연 2% 내외 수준으로, 연 4~5%대인 한국 시장과의 격차는 구조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도쿄 중소형 빌딩의 캡레이트가 연 3~4%대임을 감안하면, 건물값의 50%를 대출받을 경우 실제 내 돈에 대한 수익률을 약 연 6.5%에서 8%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JLL(세계 최대 부동산 서비스 기업)이 '전 세계 주요 시장 중 유일하게 이자보다 수익이 높은 구조를 제공하는 시장'으로 평가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두 번째 반전은 경이적인 저공실률이 만들어 내는 '임차인 고착' 구조입니다. 도쿄 중소형 빌딩의 공실률은 현재 1.1~1.84% 수준이며, 핵심 업무지구인 치요다구는 0.68%로 사실상 빈 사무실을 찾기 힘든 '공실 고갈 시대'에 진입해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이중의 잠금 장치가 있습니다. 도쿄에서 100평 규모의 사무실을 이전하려면 원상복구비와 보증금, 이사비 등을 포함해 약 5억5000만원(5800만엔)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여기에 일본의 '차지차가법'은 건물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임대 계약 갱신을 거부하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어, 세입자 입장에서는 현 위치를 사수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이러한 법적·비용적 장벽은 건물주 입장에서 '임대 수익의 극단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가장 든든한 보험이 됩니다.

세 번째 반전은 엔저(엔화 약세)라는 이름의 강력한 할인권입니다. 역사적인 엔화 약세는 한국 투자자에게 진입 장벽 완화라는 전략적 도구를 선물했습니다. 현장 분석에 따르면, 서울에서 50억원대 빌딩을 매입할 자금이면 도쿄에서는 내 돈 20억~25억원만으로도 동급 규모의 빌딩 매입이 가능합니다. 낮은 금리를 통한 높은 대출 활용 효과와 엔화 약세 효과가 결합한 결과입니다. 낮은 가격에 진입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거두고, 향후 환율이 회복될 경우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이중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엔화가 장기 저점 구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진입 시점은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설계된 최적 타이밍에 가깝습니다.

네 번째 반전은 전문 자산관리와 임대료 보증 인프라가 실현하는 사실상 무결점 관리 체계입니다. 일본 임대 계약의 93%가 이용하는 '임대료 보증회사' 시스템은 세입자가 임대료를 내지 못할 경우 보증회사가 즉각 1~6개월분을 대신 납부합니다. 건물주는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는 위험을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통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도쿄 중소형 빌딩의 약 80%가 전문 자산관리 회사에 위탁 관리돼 세입자 모집부터 시설 관리까지 한 곳에서 처리됩니다. 이는 한국에 거주하는 투자자도 안심하고 원격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줍니다. 다만 투자 전 반드시 '1981년 이후 신축 또는 내진 보강 완료'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자산의 안전성과 나중에 팔 때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체크리스트였습니다.

다섯 번째 반전은 서울의 가격 경직성 대 도쿄의 시장 유연성입니다. 서울 중소형 빌딩의 공실이 장기화되는 숨은 원인은 '권리금' 구조와 임대료 5% 인상 제한 규정에 있습니다. 한 번 임대료를 낮추면 이후 연간 5%밖에 올릴 수 없기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내리느니 차라리 공실을 유지해 표면적인 건물 가치를 지키는 쪽을 택합니다. 건물주·세입자·전 세입자 간의 3자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며, 시장이 침체돼도 임대료가 내려가지 않는 '가격 경직 현상'이 고착되는 것입니다. 반면 도쿄는 보증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마찰을 제도적으로 해결합니다. 서울 시장이 이와 같은 구조를 갖추려면 상권 매출 및 임대료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 민간 보증회사 모델을 뒷받침할 정책 지원, 그리고 체계화된 자산관리 인프라의 정착이 선행돼야 합니다.

지금 도쿄 중소형 오피스에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닙니다. 빌릴수록 버는 구조, 공실 고갈, 엔저 진입 기회, 체계화된 관리 인프라, 그리고 유연한 시장 구조라는 다섯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된 필연의 결과입니다. 연 4~5%대 대출금리에 짓눌린 서울 시장에만 머물기보다, 선진화된 관리 인프라와 강력한 임차인 고착 구조를 갖춘 도쿄로 투자 영역을 넓히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전략적 필수가 됐으며, 시장의 구조적 차이를 먼저 이해하고 행동에 나서는 투자자만이 새로운 시대의 기회를 선점하게 될 것입니다.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 부동산학 박사(PhD), CCIM, SIOR, CPM, FRICS

한국경제신문 칼럼니스트 (부동산자산관리) | 뉴스핌 칼럼니스트 (글로벌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