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자본은 아직 유럽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한국 투자자는 미국과 일본, 최근에는 중동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자본을 배분해 왔지만, 유럽 부동산 시장에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참여에 머물러 왔습니다. 이는 투자 기회의 부재라기보다 구조적 진입 장벽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최근 물류 투자 확대와 AI 부동산 플랫폼의 등장으로 글로벌 투자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면서, 이 질문은 이제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해외 부동산 투자 흐름은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2010년대에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오피스 자산이 핵심 투자처였고, 이후 일본은 초저금리와 엔화 약세라는 거시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형 시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세제 혜택과 거주권 제도를 기반으로 한 두바이 시장이 새로운 투자 축으로 부상했습니다. 결국 자본은 정보 접근성과 네트워크가 확보된 시장으로 이동해 왔습니다.
반면 유럽은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일 시장이 아니라 다수 국가의 결합 구조 속에서 각국의 세제와 규제, 법률 체계가 상이하게 작동합니다. 이는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복잡성을 높이는 동시에, 네트워크 기반의 폐쇄적 거래 구조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결과적으로 외부 투자자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유럽 시장에서는 이러한 장벽을 흔드는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 AI 기반 부동산 투자 플랫폼의 등장입니다. 에스토니아 기반의 콘소토(Consorto)와 같은 AI 부동산 플랫폼은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투자 기회와 자본을 연결하며, 기존의 폐쇄적 시장 구조를 보다 개방적인 형태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비공개 시장에 가까웠던 딜 접근성을 높이고 투자 검토 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최근에는 장기 자본을 운용하는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들이 이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유럽 물류 및 핵심 자산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500만유로에서 2000만유로 규모의 공동 투자 구조가 가능해지면서 투자 단위의 유연성 또한 크게 높아졌습니다.
둘째, 가격 조정이 만들어낸 투자 타이밍입니다. 유럽 부동산 시장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진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일부 자산 가격이 약 -10%~-25% 수준까지 조정되며 밸류에이션이 재편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하락이 아니라 시장 구조가 재정렬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상 가장 큰 투자 기회는 이러한 조정 이후 회복 초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불러온 구조적 수요 변화입니다. 전자상거래 확대와 제조 거점 이동은 유럽 물류 인프라의 전략적 중요성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중동부 유럽(CEE) 국가는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와 성장성을 바탕으로 유럽의 핵심 물류 허브로 부상하고 있으며, 일부 물류 자산은 연 6%~8%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기회의 이면에는 여전히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국가별 규제 차이와 환율 변동, 그리고 현지 운영 역량의 확보 여부는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따라서 유럽 시장에 진입할 때는 단순한 자산 매입을 넘어,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부동산 자산관리 역량을 결합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결국 글로벌 자본의 흐름은 새로운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해외부동산 투자는 특정 국가에 집중하는 전략을 넘어 시장 간 분산과 구조적 성장 축을 선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으며, 유럽은 더 이상 낯선 시장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에서 충분히 검토해야 할 투자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 부동산학 박사(PhD), CCIM, SIOR, CPM, FRICS
한국경제신문 칼럼니스트 (부동산자산관리) | 뉴스핌 칼럼니스트 (글로벌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