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런던 임대료 치솟은 이유
런던 부동산 시장에서 기묘한 이중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매 거래는 얼어붙은 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반면 임대 시장, 특히 연간 임대료가 수억원을 호가하는 이른바 '슈퍼 프라임' 구간은 전례 없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역설적인 장면의 배후에는 중동의 포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거점으로 삼던 고액 자산가와 글로벌 기업 주재원이 런던으로 빠르게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금리 인상기에 나타난 전반적인 시장 침체와 달리, 지금의 런던은 매매와 임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발효된 임대차 권리법과 비거주자 세제 폐지가 맞물리면서, 규제 부담을 체감한 다주택자가 시장에서 조용히 이탈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매매가와 임대료 사이의 이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자산가들은 부동산을 '소유'하기보다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점유'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산의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안전한 거점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입니다.
그러나 이 흐름에는 투자자가 간과하기 쉬운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현재의 임대료 급등은 자산 펀더멘털의 개선이라기보다 외부 충격에 의해 촉발된 일시적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합니다. 중동 긴장이 완화되거나 영국의 규제 환경이 다시 공급자 친화적으로 전환되면 고공행진하던 임대 수익률은 예상보다 빠르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런던 럭셔리 주거 시장은 규제 적응 과정을 거치며 한층 더 선별적인 투자 환경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적인 임대 수익에 집중하기보다 규제 변화에도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입지와 희소성을 중심으로 자산을 선별하고, 세제 변화와 금리 인하 시점, 영국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김용남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 부동산학 박사(PhD), CCIM, SIOR, CPM, FRICS
한국경제신문 칼럼니스트 (부동산자산관리) | 뉴스피링 칼럼니스트 (글로벌 부동산)